근거의 인간

세상은 나를 기억하지 못해 적어도 지금은 잊혀질 기회일걸 날 알아보지 말아줬음 좋겠어 이제 나는 없어 저 하늘 너머로 날려보낸 나란 풍선 어딨을까 암흑 속 보이지 않는 나는 구제불능일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선 돌아가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가

죄책감이 나를 채워 뭘 후회하는지도 모르지만 이 무능한 나를 용서해 줘 아무튼 난 더 살아봤자 행복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니

머릿속 내가 나를 잡아 가둬 넣어둔 하늘을 꺼내지 못하게 날아가 봤자 또 길찾길 못하니 이제 기횐 없어 저 하늘 너머로 외쳐보려 꺼낸 말은 어딨을까 내가 왜 이런지는 그때서야 알 수 있을까 씻지 못할 눈물만 남기고선 돌아가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가

죄책감이 나를 채워 뭘 후회하는지도 모르지만 이 무능한 나를 용서해 줘 아무튼 난 더 살아봤자 슬퍼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니

행복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거라고 말해줄래? 그런 말마저 듣지 못한다면 난 나마저도 용서할 수가 없어

다시 처절하게 나를 세워 죽기 싫어서 살아가고자 한 이 무능한 나를 눈으로만 봐 주세요 도와줘 봤자 고마워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니

근거의 인간은 정찬연 | 성실한 직원 의 노래입니다. 그는 프로퍼모닝 연구부의 직원이며, 모종의 사유로 이석진 의 말동무가 됩니다. 석진은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라다녔습니다. 하지만 상당히 젊다는 점...

어린 시절에 만난 '젊은 어른들' 이 실은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존재임을 깨달을 때, 그리고 나 자신이 어른으로서 눈앞의 어린이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취급받을 때, 그들의 고군분투하는 삶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상을 느낍니다. 쫓기는 듯한 삶이죠.

주인공이 절대적인 존재, 이상적인 존재, 선으로 여기던 인물이, 결코 알 수 없는 속사정으로 돌연 죽음을 택합니다. 그 배경에는 죄책감과 무력감, 자신을 믿지 못하는, 스스로를 모범적인 상으로 강하게 압박하고픈 모든 작용이 있습니다.

선이란 가치이고, 가치는 개인적입니다만, '모범적으로' 선을 추구하는 인물은 언제나 자기검열을 하고, 그 기준을 주변 사회에 맡기는 아이러니도 많습니다.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선을 추구하지만, 인생에서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사건에서 자신이 직면한 딜레마와 스스로에게 가하는 비판 ㅡ 그러므로 나는 옳지 않다는 생각, 그리고 누가 언제 자신을 위선자라며 지적할지 모를 스트레스가 죽음의 큰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.